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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사진airlab2

하와이 마우나로아에서 CO2 농도 측정하다

최종 수정일: 2018년 10월 24일

[UNIST Magazine] Our Idol Scientists, 찰스 데이비드 킬링


2017.12.01 | UNIST Magazine | 홍보팀(UNIST)




1958년부터 하와이에 있는 마우나로아에서 매일 같이 이산화탄소를 측정한 찰스 데이비드 킬링(Charles David Keeling). 그의 집요하고 끈질긴 노력으로 이산화탄소 농도의 뚜렷한 증가를 보여주는 ‘킬링 곡선’이 만들어졌고, 이로 인해 지구온난화에 대한 연구가 촉발됐다.

기상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10년(2007~2016년) 여름철 평균기온은 24.2℃로 평년(1987~2016년) 23.6℃보다 0.6℃ 높았다. 그리고 전국 10개 대도시의 열대야 및 폭염 일수는 1994년 이후(1994~2016년) 평균 12.6일로 1994년 이전(1973~1993년) 8.6일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온난화가 한반도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다. 지난 2003년에는 유럽에서 폭염으로 약 3만 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으며, 세계 곳곳에서 집중호우와 홍수, 태풍, 가뭄의 빈도와 강도가 더욱 강해지고 있다. 사막도 점점 확대되고 있으며, 물 확보를 위한 내전 및 국지전도 발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지난 2008년 수단 다르푸르에서 발생한 내전은 지구온난화로 가뭄이 심화되자 물을 차지하려는 부족 간 갈등으로 촉발됐다.


과학적 진보로 밝혀진 기후변화

그럼 과연 기후변화는 확실한 과학적 증거를 가지고 있는가? 사실 기후변화 과학에 대해 최고의 공신력을 가진 ‘유엔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에서는 1990년 발간된 1차 기후변화 영향 보고서에서 ‘인간 활동에 의한 기후변화 가설은 관측상의 한계로 명확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그러나 이후 네 번(1996년, 2001년, 2007년, 2013년)에 걸친 후속 보고서에서 그간의 과학적 진보를 바탕으로 ‘인간의 활동에 의해 기후변화가 일어났다고 확신한다’고 명시했다.

기후변화의 과학적 증거를 기록하고 그 메커니즘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과거 수십 년 동안 성공과 실패를 반복한, 놀랄 만한 진보의 역사다. 실제로 1970년대 중반까지는 지구 냉각화 가능성에 대한 다수의 기사가 대중적인 매체에 게재됐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1970년대 중반부터 지구의 온도가 다시 높아지기 시작하고, 미국의 한 연구진의 놀랄 만큼 집요한 측정 결과에 의해 빗나간 예측이 되고 만다.



미국 과학자 찰스 데이비드 킬링과 공동 연구원은 1958년부터 하와이 마우나로아(Mauna Loa)에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했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장기간 동안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측정한 결과로, 계절적인 변동을 넘어 매년 이산화탄소가 급격히 증가하는 것을 보여준다. 이 결과가 한 장의 그림으로 표현된 것이 그 유명한 ‘킬링 곡선(Keeling curve)’이다.

이후 과학자들은 그린란드와 남극 대륙의 빙하코어(극지방에 오랜 기간 묻혀 있던 빙하에서 추출한 얼음 조각) 속에 포함된 공기 방울의 구성 성분을 분석해 산업혁명 이전 시대(1만 년 전~1750년)에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280ppm 내외였음을 밝혔다. 그러나 최근(2010년 이후)에는 인류 역사상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농도인 400ppm을 넘어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이는 현재까지 꾸준히 이어 지고 있는 ‘킬링 곡선’에 의해 밝혀졌다.

이러한 역사적인 데이터를 기념하기 위해 저명한 과학 잡지인 <네이처(Nature)>에서도 이산화탄소 측정이 시작된 지 50년이 되는 2007년에 잡지의 표지 사진으로 ‘킬링 곡선’을 수록했다. 이들의 연구에서 확인된 지속적인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는 오늘날 정치, 경제 그리고 국제 협상 등 중요한 외교적 의사 결정 때마다 결정적인 과학적 근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50여 년간 이산화탄소 측정에 매달린 킬링

찰스 데이비드 킬링은 1928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태어났다. 1954년 화학 분야 박사학위를 받은 후 1958년부터 2005년 작고하기까지 무려 50여 년간 미국 스크립스해양연구소(Scripps Institution of Oceanography)에서 이산화탄소 측정 연구에 매진했다. 1950년대까지 과학자들은 화석 연료의 사용 증가와 대기 중 이산화탄소 증가의 연관성에 대해 궁금해했다. 하지만 아무도 이산화탄소의 농도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었다. 당시 젊은 연구원이었던 킬링 박사는 이러한 측정이 가능하도록 아주 정밀하게 만든 도구들과 기법들을 개발했고, 이는 워싱턴 정계의 관심을 끌어 연구비를 지원받게 된다.

이후 킬링 박사는 멘토였던 스크립스해양연구소의 로져 르벨레 박사의 지도 아래 하와이 빅아일랜드섬 마우나로아 화산 꼭대기에 이산화탄소 측정소를 세웠고, 두 가지 사실을 발견했다. 첫 번째는 지구 자체가 숨을 쉬고 있다는 것이다. 여름철과 겨울철 식물의 광합성 작용의 강도 차이에 따라 이산화탄소 농도가 낮고 높음을 반복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매년 꾸준히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전년도보다 조금씩 높아진다는 사실이다. 이 결과는 그 의미를 이해하는 기후 과학자들을 자극했고, 나중에 화석 연료의 연소가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를 증가시켜 지구의 온도가 높아진다는 것이 증명됐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인류의 경제·사회적 활동으로 꾸준히 증가한다는 충격적인 경고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킬링 곡선’이 <네이처>의 표지를 장식하던 2007년에는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과 유엔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가 노벨 평화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됐다. 인류에게 큰 위협이 되는 기후변화에 경각심을 불러 일으킨 대표적인 인물과 단체라는 것이 선정 이유다. 10년 뒤인 2017년, 미국의 대통령 도날드 트럼프는 ‘파리협약’ 탈퇴를 선언했다. 전 생애를 바쳐 인류에게 닥친 재앙을 해결하고자 했던 찰스 데이비드 킬링을 포함한 수많은 기후변화 과학자들의 업적과 과학적 진보가 일거에 일부 정치가의 경제적 논리로 무너질 위기에 처한 현재를 살면서 미래 지구의 운명을 걱정해본다.


글 도시환경공학부 송창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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